셀프 스토리 - 가람과바람의 김무광 ③

기자     입력 : 2006.11.16.07:34   
GameSpot은 국내 유명 게임 개발자들의 게임제작 인생에 대한 셀프 스토리를 연재할 계획이다. 첫 번째 셀프 스토리는 8용신전설, 레이디안, 씰의 개발로 유명한 가람과바람의 김무광 그래픽 팀장이 시작한다. 김무광 팀장의 셀프 스토리는 4부작으로 나뉘어 연재될 예정이다. 글의 성격상 편집 작업 없이 원문 그대로를 싣는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바란다.

필자가 한가지 모르고(잊고???)있던 사실이 있었다. 이 엄한 글이 ‘1주일에 한번씩 업데이트된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2주에서 한달 사이의 간격이 있을 거라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라는 막연한 행복감(?)에 젖어있던 필자는 황당함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흑흑흑. 어쨌든, 원고를 펑크내면 돌아올 무엇인가(?)가 귀찮아서라도 글을 마무리지어야겠다. 게다가 이번 글은 좀 급하게 쓰느라 빠진 내용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기억나던 것도 머릿속 깊숙이 들어 가버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화의 황당함(?)에 이어 2화는 좀 글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반응이 계속 있는 것 같다. 글이 올라가고 여기저기서 사진 바꿔달라는 소리가 왜 이리도 많은지. 면상이 제대로 나간 사진이 나가면 밤길을 조심하라는 협박에서부터 좀더 잘 나온 사진으로 바꿔달라는 주문까지. 필자. 이런 글을 쓰는 보람이 없지 않은가!? T_T 하지만 뭐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지. 어쩌겠는가.


가람과바람도 어엿한 회사였을 때가 있었다

앞서의 글들과 지금까지 가람과바람의 행적에 대해서 좀 들은바가 있는 분들이라면 이번 회가 어떤 내용을 가질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가 만든 게임 중 가장 화제(?)를 모았으며, 가장 비운의 게임이라고 불리는 ‘SEAL’의 과정이 주축이 되겠지? 아마도? 사실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게임제작모임... 팀? 회사? 어쨌든 모임. 들은 상당 수 자신들의 회사를 가지고 있다. 망한 회사도 있고 ^^;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는 회사, 잘 나가는 회사. 다양한데, 어쨌든 “가람과바람은 왜! 회사가 안 되었느냐?” 라는 질문이 있다면 바로 이 씰이라는 게임을 만들 때 “가람과바람은 회사였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카마를 나와서 우리는 광섭군(전편에 소개한 친구이자 팀동료) 부모님의 도움으로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우선 가능하면 싸고, 또 지하철역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그런 사무실을 찾아서 정말로 헤맸다. -_-; 여기저기 나눠서 돌아다니면서 어디가 좋을지 비교하고 건물마다 붙어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면서 사무실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되는 장소를 봉천동에서 찾아내게 되었다. 완전히 서울 외각 지역으로 빠지면 훨씬 저렴하고 더 넓은 장소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비용절감을 하는 만큼 다른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조건들을 만족하느라 더 찾기가 힘들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사무실을 마련하고 간단하면서 꼭 필요한 장비들을 마련했다. 가구들이 오기 전에 시스템을 모두 조립하고, 짐 정리 및 세팅하느라 그 추운 날. 사무실에서 밤을 새며 보냈다. 문제는 새벽이 되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을 청해야 할 때. 필자는 정수기 박스에 몸을 구겨 넣고(;;;) 추위를 피했다. 역시 밖에서 잘 때는 박스가 최... 쿨럭. 흠흠. 훗날 그때를 회상하며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그나마 가장 따뜻하게 잤던 필자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리곤 한다. 그러니깐 그럴 때는 패션이고 뭐고 없다니 까는... 흠.흠.


중고가구 파는 곳에서 책상들을 구입하고 간단히 칸막이 공사도 해서 자그마한 회의실(오락실 -_-)도 만들었다. 그리고 사장님은 광섭군의 아버님이 맡으시면서 대략의 회사 구성을 갖추고 작업에 들어갔다.


완성할 수 없었던 액션 게임, 결국은 다시 롤플레잉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까... 어떤 게임을 만들어서 세상을(;;;)놀라게 해볼까.(... 이런 걸 정말 생각했던가. 흠흠 ^^;) 우선은 틈틈이 생각해오고 있던, 그리고 많은 팀원들이 만들고 싶어했던 쿼터뷰 형태의 정통 택틱스 게임이었다. 정말로 제대로 된 국산 SRPG가 없었다고 생각했고, ‘파이날판타지 택틱스’와 같은 감동 넘치는 SRPG를 만들고 싶었기도 했다.


기획과 시나리오, 여러 가지 작업들이 진행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만들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이 생겼다. 이 게임을 완성하려면 당시의 자금사정으로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급선회하여 메카닉 액션과 롤플레잉을 결합한 ‘더 라스트 헤비 미션’(The Last Heavy Mission) 이라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샤아군이라고 불리는 메카닉 디자인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아는 동생 녀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두고 설정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에 신경을 썼다.


2D게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고, 슈팅 액션과 RPG의 혼합.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한 대전까지.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많은 연구를 했으며, 음악도 창세기전 등으로 유명하신 황주은님이 담당하시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게임 역시 완성할 수 없었다. 이유인 즉슨, “그런 게임은 팔리지 않는다.”였다. 롤플레잉게임 아니면 전략시뮬레이션 그런류의 게임이 아니면 유통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유통사들과 지금까지의 전례를 봐도 그 2가지 장르 외에는 거의 팔리질 않았다는 강한 설득력 있는 자료들. 거기다가 처음의 기획보다 점점 커지는 프로젝트. 처음과 달라지는 스케줄까지. 우리는 다시 롤플레잉 게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SEAL을 만들기 시작했다.


SEAL은 나름대로 그때까지의 모든 노하우를 총 집결한 게임이다. 그리고 순수하게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며, 개발자도 별 걱정 없이 만들 수 있을만한... 그런 게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회사를 만들면서 새로 들어온 소연 누님과 군대를 제대하고 우리 팀으로 들어온 종구형, 그리고 일러스트를 도와주기 위해 들어온 D모님까지. 10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SEAL의 개발이 진행됐다. 그리고 가바의 게임으로는 최초로 데모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데모를 공개하는 날. 데모를 완성하고 내부 FTP에 올리는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_- 다운 속도는 1~2k, 내부 인터넷 마비, 동시 접속자는 서너 명이 한계. 최악의 상황이 되 버리고 말았다. 긴급사태!! 우리는 서둘러 데모버전을 CD로 굽고, 근처 PC방을 돌아다니면서 각 통신사와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PC방에 양해를 구하고 2,3대의 PC를 동원해서 올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올리기 시작했다. 팀원들 개개인의 홈페이지 공간에도 다른 자료를 지우고 데모버전을 등록하기도 했고, 다른 개인 FTP를 빌려서 등록하기도 했다. 결국 하루 종일 데모버전 등록하기에 진을 다 빼버리고 내부 회선은 다음날이 되서야 정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덩치 큰 다운로드 자료는 회선이 웬만큼 빨라지기 전에는 절대로 내부 서버에 올리지 않기로 다짐한 날이었다. T_T


간단히 약간의 이벤트 진행과 전투가 되는 데모 버전은 상당히 짧았다는 게 문제였긴 했지만 꽤 즐길만한 데모 버전이었다고 생각된다. 여러 유저들의 의견과 격려 메일이 날아들었고, 우리들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데모가 공개되고 얼마 후. 다시 가바의 전통적인 악재가 또 생겨나고 말았다. 일러스트레이터 교체. T_T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러스트레이터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시게 된 D모님을 보내고, 여러 가지 고심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하나... 일러스트레이터를 새로 뽑을까. 외주로 돌릴까 등등. 마땅히 해결책이 나오지 않던 어느 날. 시나리오를 담당하던 보영 누님의 손에 그림이 들려 있었다. 그것도 꽤 멋진 그림이! 앞 뒤 가릴 것 없이 보영 누님이 시나리오와 NPC캐릭터를 비롯해서 일러스트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허허. 이런 통재라. 어쩌겠는가. 일손이 부족한 회사에선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하는 법. 후 후 후 +_+ 저 하늘의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보영 누님의 뒷모습이 그렇게 애처로워 보일 수 없었다.


데모의 반응도 꽤 괜찮았기에 유통을 담당했던 K모사에서는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엑스 홀에서 발표회를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쾌히 승낙했고, 모자란 시간을 쪼개가면서 행사 준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특히 개발진들의 영상을 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엽기적인 행각을 많이 벌였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박카스에 콘푸레이크 말아먹기’였다. T_T


사실 필자는 박카스를 무지하게 먹어댄다. 특히 작업의 후반에 갈수록 박카스를 끼고 사는 편인데, K모사에서 있을 당시 배가 고프니 눈앞에 보이는 콘푸레이크는 먹어야겠고, 우유는 없고, 해서 하나 남아있던 박카스에 콘플레이크를 말아먹고 말았던 것이다.!


흠... 나름대로 맛은 있었다. 흠흠. 어쨌든, 그런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던 기억이 있는데, 그걸 카메라에 담자고 하는 것이었다!!! ... 허허허... 이런 일이. 일은 벌어졌고, 작업은 해야겠고, 어쩌겠는가. 열심히 연기했다. -_- 그날 한번에 먹은 박카스가 반올림해서 한 통은 될 것이다. 우욱. 생각만 해도...


그렇게 준비의 나날들이 지나가고, 발표회는 시작되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우리는 행사장으로 향했다. 나름대로 옷도 맞춰 입고, 친지들도 불렀다. ^^;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예상외로 미리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점점 사람들이 불어나고 행사는 시작되었다. 회사소개, 게임소개, OST연주, 등등. 좀 버벅이긴 했지만 행사는 무리 없이(있게^^;;;;) 진행되었다.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촐한 행사가 되긴 했지만, 그런 행사를 했다는 경험으로 남기고 아쉬움을 뒤로해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런 행사를 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부지기수였다. ^^; 역시 홍보 부족. 하핫.


세월은 흐르고 흘러, 출시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업스케줄이 빠듯했던 필자는 외출을 못하게 돼버리고, 스크립트를 담당하던 종구형은 어째서 매일매일 자고 일어나면 스크립트 설정이 바뀌어 있냐면서 아우성이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던 보영 누님이 흘리던 땀은 강을 이룰 정도였다.


많은 작업들이 시간이 모자라 축소되고 삭제되고 고쳐졌다. 마스터가 넘겨지는 그날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유통사 직원들이 마스터를 받아가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고, 긴장 속에 작업은 저녁까지 계속 되었다. 결국 마스터를 넘기긴 했지만 뭔가 허전한 게 있었으니, 패치를 안한 것이었다. 서둘러 2번째 CD인 프레젠트 CD에 패치를 담아 프레싱 작업에 들어갔다. 나름대로 패치는 불법복사물 사용자들에게 게임 진행을 못하도록 하는 역할도 하게 되어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뜨끔한 일이었다. ^^;


무사히(?)마스터를 넘기고 작업하느라 제대로 못했던 플레이를 하고 있으려니, 정말 재미있었다. -_-;; 특히 전투 부분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이루어냈다고 할 수 있겠는데, 8용신전설 때 만들려고 했던 전투를 업그레이드하고, 병철형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도중 어찌저찌 하다가 생겨난 기현상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전투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완성된 게임을 보면서 나름대로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씰이 출시되고 회사를 접었다. -_-... 하 하 하.


안타까운 일이지만 씰의 판매량만 바라보고서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주변 상황도, 정신상태도 아니었고, 광섭군의 부모님만을 언제까지 바라보면서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주변 환경들은 더욱 우리 회사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친절하게 용량까지 최소화시킨 와레즈에 뜬 립버전부터 모든 패키지가 한정판이 되어 버린 3천부라는 물량. 잡지 번들화. 어설픈 홍보활동 등. 모든 악제들이 총 집합되어 씰은 모든 팀원들이 입 모아 말하는 비운의 수작 타이틀이 돼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다른 회사를 알아보았고 약간... 연혁에 언급된 적이 있는 ‘인투코어’라는 회사의 개발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모험을 했더라면? ... 하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모험을 해서 대박을 터트렸을지, 아니면 비디오가게나 PC방 혹은 필자의 특기(;;)를 살려 용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지... 하지만 뭐라고 해도, 과거는 과거다. 회사를 접고 상당한 기간동안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과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주)라는 제법 마음에 드는 회사에 안착을 하고 있는 단계니까 말이다.


- 3부 끝 -